2. 수의 체계
자연수에서 실수까지 — 수 체계를 공리부터 쌓아 올리고, 셀 수 있는 무한과 셀 수 없는 무한을 구분합니다.
- 자연수와 귀납법 — 자연수가 공리에서 어떻게 태어나는지 봅니다. 도미노를 세워 귀납법의 출발을 확인합니다.
귀납법은 무한한 명제를 한 번에 증명하는 원리입니다. 첫 번째 경우가 성립하는지 확인합니다. 어떤 경우가 성립하면 그다음도 성립함을 보입니다. 그러면 사슬이 끝없이 이어져 전부 성립합니다.
예를 들면, 🪜 계단 첫 칸에 올라선 뒤에는 한 칸씩 오를 수 있습니다. 첫 칸과 '다음 칸으로 가는 법'만 알면 꼭대기까지 닿습니다. 도미노가 전부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.
- 이항정리 — 거듭제곱을 펼친 계수들이 만드는 삼각형을 봅니다. 행 하나가 통째로 계산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.
이항 계수는 '몇 개 중 몇 개를 고르는 경우의 수'입니다. 삼각형의 각 수는 바로 위 두 수의 합입니다. 이 덧셈 규칙이 귀납 단계의 심장입니다. 행을 모두 더하면 2의 거듭제곱이 됩니다.
예를 들면, 동전 2개를 던지면 앞면 수는 0개, 1개, 2개가 될 수 있습니다. 경우의 수는 차례로 1가지, 2가지, 1가지입니다. 삼각형의 둘째 행이 그대로 나타납니다.
- 정수와 유리수 — 쌍을 묶는 방식으로 음수와 분수를 새로 만듭니다. 같은 수를 가리키는 쌍끼리 한 묶음이 됩니다.
정수는 자연수 쌍의 묶음으로 정의됩니다. 분수도 정수 쌍의 묶음입니다. 서로 다른 쌍이 같은 수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. 이 '묶어서 새 수를 만드는' 기술은 실수를 만들 때 다시 쓰입니다.
예를 들면, 💰 돈과 빚으로 순자산을 나타내는 것과 같습니다. 가진 돈 5만 원에 빚 3만 원이면 순자산은 2만 원입니다. 가진 돈 7만 원에 빚 5만 원이어도 똑같이 2만 원입니다. 쌍은 달라도 값은 같습니다.
- 복소수 — 복소수를 평면 위의 점으로 봅니다. 실수 부분은 가로축, 허수 부분은 세로축입니다.
절댓값은 원점에서 그 점까지의 거리입니다. 두 복소수를 더하면 평행사변형의 대각선이 됩니다. 그 대각선은 두 변의 길이 합보다 길어지지 않습니다. 이것이 삼각부등식입니다.
예를 들면, 🧭 동쪽으로 3보, 북동쪽으로 꺾어 4보를 더 걸어도 직선거리는 꺾인 길보다 짧습니다. 절댓값이 재는 것이 바로 그 직선거리입니다.
- √2는 무리수 — 분수를 촘촘히 찍어도 끝내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봅니다. 그 자리가 바로 루트 2입니다.
유리수만으로는 수직선이 완성되지 않습니다. 어떤 분수도 제곱하면 정확히 2가 되지 않습니다. 분모를 아무리 키워도 그 자리는 빕니다. 그래서 유리수 너머의 수가 필요합니다.
예를 들면, 📏 자로 길이를 재는 것과 같습니다. 눈금을 아무리 잘게 나눠도 딱 맞지 않는 길이가 있습니다. 정사각형의 대각선이 그런 길이입니다. 분수 눈금으로는 영원히 잡지 못합니다.
- 유리수의 조밀성 — 아무리 좁은 구간에도 유리수가 숨어 있음을 봅니다. 분모를 키울수록 눈금이 촘촘해집니다.
두 수 사이에는 언제나 분수가 하나 들어갑니다. 구간이 좁으면 분모가 큰 분수가 필요합니다. 눈금을 충분히 잘게 나누면 어떤 틈에도 한 칸은 들어갑니다. 무리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.
예를 들면, 🍰 케이크를 반으로 또 반으로 자르는 것과 같습니다. 조각은 끝없이 작아집니다. 아무리 얇은 틈을 골라도 그보다 얇은 조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. 그 조각이 틈 안에 들어가는 분수입니다.
- 집합과 함수 — 집합의 합집합과 교집합을 그림으로 겹쳐 봅니다. 함수가 단사인지 전사인지도 눈으로 가립니다.
합집합은 둘 중 하나라도 속하면 들어갑니다. 교집합은 둘 다 속해야 들어갑니다. 여집합은 바깥 전체입니다. 화살표가 겹치는지, 빠지는 곳이 없는지가 단사와 전사를 가릅니다.
예를 들면, 📚 책을 좋아하는 🧑 친구와 ⚽ 공놀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. 둘 다 좋아하는 친구는 겹친 부분에 섭니다. 어느 한쪽이라도 좋아하면 합집합에 들어갑니다.
- 선택 공리 — 줄마다 점이 하나씩 들어 있는 표에서 하나씩 골라 봅니다. 유한할 때와 무한할 때가 왜 다른지 봅니다.
고르는 행위를 함수로 만들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. 집합이 유한하면 하나씩 직접 고르면 됩니다. 무한히 많으면 고르는 규칙 자체를 보장해야 합니다. 그 보장이 바로 선택 공리입니다.
예를 들면, 📦 상자마다 🍬 사탕이 들어 있습니다. 상자가 세 개면 손으로 하나씩 꺼내면 됩니다. 상자가 끝없이 많으면 '각 상자에서 하나'라는 규칙이 필요합니다. 눈으로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.
- 초른 보조정리 — 약수들을 나누어떨어지는 순서로 세워 봅니다. 사슬을 따라 올라가면 끝에 무엇이 남는지 봅니다.
사슬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원소들의 줄입니다. 모든 사슬이 위쪽 끝을 가지면 더 위가 없는 원소가 존재합니다. 그 원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존재가 보장됩니다. 이 보장은 선택 공리와 동치입니다.
예를 들면, 🪜 계단 꼭대기에는 더 오를 칸이 없습니다. 어떤 줄로 올라가도 그 줄의 끝은 있습니다. 끝이 있다는 보장만으로 꼭대기의 존재를 압니다.
- 상한과 완비성 — 위로 막힌 집합에서 가장 작은 천장을 찾습니다. 유리수에 없는 그 천장이 실수를 완성합니다.
상한은 집합의 모든 원소보다 크거나 같은 수 중 가장 작은 수입니다. 천장은 많지만 가장 낮은 천장은 하나뿐입니다. 유리수만으로는 그 천장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. 실수는 그 빈자리를 메운 세계입니다.
예를 들면, 반 🧑 친구들의 키를 재는 것과 같습니다. 전원보다 크면서 가장 작은 기준선이 상한입니다. 제일 큰 키에 딱 닿는 선이 그 예입니다. 그 선 아래로 모두 들어갑니다.
- n제곱근의 존재 — 제곱해서 원하는 수가 되는 점을 상한으로 찾아냅니다. 빈틈을 메우는 공리가 근을 만들어내는 순간입니다.
제곱하면 목표보다 작아지는 수들을 전부 모읍니다. 그 집합의 상한이 바로 찾는 근입니다. 상한보다 작으면 제곱이 모자라고, 크면 넘어갑니다. 그래서 상한의 제곱은 정확히 목표와 같아야 합니다.
예를 들면, 넓이가 2인 정사각형의 한 변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. 변이 1이면 넓이가 모자라고 2이면 넘칩니다. 경계에 딱 맞는 길이가 존재합니다. 그 길이가 루트 2입니다.
- 가산과 비가산 — 유리수는 한 줄로 번호를 매길 수 있음을 봅니다. 실수는 그 시도가 무너지는 것도 봅니다.
가산이란 자연수와 번호를 짝지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. 분수는 격자로 늘어놓고 지그재그로 세면 전부 번호를 받습니다. 실수는 다릅니다. 어떤 목록을 만들어도 목록에 없는 실수가 남습니다. 대각선을 따라 숫자를 바꾸는 방법이 그 증거입니다.
예를 들면, 🧑 친구 전원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는 것과 같습니다. 줄이 길어도 한 명씩 번호를 받으면 가산입니다. 그런데 어떤 명단을 만들어도 빠진 사람이 꼭 생긴다면 그 무리는 셀 수 없습니다.
- 칸토어 정리 — 어떤 집합도 그 부분집합 전체의 모임보다는 작음을 봅니다. 목록의 대각선을 뒤집어 새 원소를 만듭니다.
멱집합은 부분집합을 전부 모은 집합입니다. 원소가 하나 늘면 부분집합은 두 배로 늘어납니다. 그래서 짝짓기를 시도하면 언제나 남는 쪽이 생깁니다. 대각선을 뒤집은 집합이 바로 그 남는 쪽입니다.
예를 들면, 🧑 친구 3명의 부분집합은 8가지입니다. 세 명보다 부분집합이 훨씬 많습니다. 인원이 늘수록 차이는 벌어지기만 합니다. 무한에서도 이 차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.
- 군과 체 — 되돌릴 수 있는 움직임들의 규칙을 표로 확인합니다. 사칙연산이 전부 되는 세계와 비교합니다.
군은 세 가지 약속으로 이루어집니다. 어떻게 묶어도 결과가 같아야 합니다. 아무 일도 안 하는 원소가 있어야 합니다. 모든 움직임에는 되돌리는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. 체는 여기에 나눗셈까지 허용한 세계입니다.
예를 들면, 자전거 페달을 앞으로 돌리는 동작은 뒤로 돌려 되돌릴 수 있습니다. 가만히 있는 것도 하나의 상태입니다. 동작을 이어 붙이면 또 동작이 됩니다. 이 규칙들의 모임이 군입니다.
- 벡터공간과 동형 — 계수를 움직이면 직선과 점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봅니다. 겉모습이 다른 공간들이 같은 구조임을 확인합니다.
벡터공간은 더하기와 늘리기·줄이기가 되는 세계입니다. 수의 쌍도, 다항식도, 함수도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. 규칙이 같으면 두 세계는 사실상 같습니다. 한쪽의 계산을 다른 쪽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.
예를 들면, 요리 레시피를 카드에 적는 것과 같습니다. 카드의 숫자만 알면 요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. 직선도 기울기와 절편, 숫자 두 개로 적힙니다. 적은 쪽과 실제 쪽이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.
- 차원과 랭크 — 격자가 행렬에 눌려 펴지는 모습을 봅니다. 사라지는 차원과 남는 차원을 셉니다.
차원은 독립적인 방향의 개수입니다. 행렬을 곱하면 방향들이 겹쳐 눌릴 수 있습니다. 완전히 눌려 사라지는 방향이 핵의 차원입니다. 살아남아 펼치는 범위가 랭크입니다. 둘을 더하면 원래 차원이 됩니다.
예를 들면, 햇빛 아래 그림자는 입체를 평면으로 눌러 보여 줍니다. 높이 방향은 그림자에서 사라집니다. 남는 건 평면 위 방향뿐입니다. 사라진 것과 남은 것을 더하면 원래 차원과 같습니다.